소통
내가 살고 있는 이곳 필리핀, 민다나오 섬
한국에서 27년, 미국에서 23년을 살았다.
그리고 사랑하는 두 아들을 미국에 남기고
남편과 함께 이곳으로 온지 벌써 3년째
만나려하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한국 사람들이지만
나는 가족과의 전화나 남편과의 대화 이외에
한국 말로 대화를 할 기회가 많지 않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위성 방송으로 한국어 방송이 나왔었는데
무슨 일인지 이제는 그마저도 나오지 않아
특히 이번 일본 대 지진 소식을 제대로 듣지 못해 정말 답답했다.
이곳의 로컬 방송은 정말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정도로 볼 거리가 없고
무엇보다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모두 필리핀 표준어인 따갈로그어 방송이다.
나는 이곳 언어인 '비사야'를 조금 공부 했지만 단어와 문법이 조금 다른
따갈로그어는 거의 모른다.
영어로 된 방송을 시청하려면 케이블을 신청 해야하는데
케이블 회사에 전화를 해 연결을 부탁 했지만
지대가 높아 안된다고 하고 또 다른 곳은 화질이 너무 안 좋아 포기를 했다.
그나마 자주 끊기고, 너무도 느린 속도에 짜증이 나긴해도
인터넷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남편이 컴퓨터 관련의 일을 하고 있어서인지
모든 컴퓨터에 관한 일은 다 남편에게 미루고 기대어
나는 컴퓨터에 관해서는 무관심 했었는데
지금은 세상과 소통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가 되어서
많은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블로그도 그런 나를 위해 남편이 만들어 주었다.
나의 평상시의 삶과 마찬가지로
늘 독백과도 같이 올렸던 포스트였는데
나를 이웃으로 추가해 준 블로거가 생겼다.
누군가 내 소리를 듣고 있구나!
소통!
기분이 묘했다.
아니, 정확히 말해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