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의 삶이 나그네의 삶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그것도 아주 절실히
거쳐야 할 모든 훈련을 마치고
우리의 살림들을 정리 해야 했을 때
미국 생활 23년 .... 그 오랜 세월만큼이나
나의 살림은 간단하지가 않았습니다.
다른 곳으로 살림을 들고 이사를 가는 것도 아니고
먼 나라 선교지로 가야 한다는 것은
이미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하던 모든 일도 정리하고
정든 집도 팔고.....
아이들과 참 아름다운 기억이 많았던 우리 집
집을 수리하고 들어와 새로 사들인 가구들
자동차,
5월이면 온갖 꽃들을 사러다니며 꾸몄던 작은 뜰
이쁜 그릇, 도자기,크리스탈 화병들,
겨울 옷들, 책,
6년간 딸처럼 이뻐하고 사랑했던 내 강아지 "요시"까지
갖가지 사연도 많고 추억이 깃들었던 내 살림살이들
갖고 있었던 것 만큼 내려 놓아야 하고 비워 놓아야 했습니다
모든 것들을 팔기도 하고 주기도 하고 가라지 쎄일도 하고
몇주를 거쳐 그 동안 내가 아끼고 간직해온 물건들을 하나 하나 떠나 보내며
이렇게 한가지도 가지고 갈 수 없는 것들 이었는데
왜 그리 사서 모으고 소중히 여겼는지 참 허탈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 에서는
웬지 모를 시원함, 평안함, 자유함이 나를 달래주고 있었습니다.
마치 그동안 지고 다니기 힘들었던 모든 짐을 내려 놓은것 처 럼
참 가벼워져서 어디로든
뒤돌아보지 않고
염려 없이, 아쉬움 없이
그렇게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제게 새로이 눈을 뜨게 하셔서
본향을 향해 가는 길에
무엇을 가장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어야 하는지를
어디에 마음을 두어야 하는지를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 주십니다.
주님 나라에 도달 할 그날까지
이 세상은 우리가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지이고
우리는 나그네 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야곱이 바로에게 고하되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일백 삼십년이니이다
나의 연세가 얼마 못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세월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하고
(창세기 47장 9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