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특별히 내 마음에 걸리는 생각 중에 하나가 걸인에 대한 나의 태도 였습니다.
저희 동네에는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부금을 원하거나
몸이 아픈데 돈이 없어서 병원을 가지 못하니 도와 달라거나
배가 고프다고 구걸을 하는 사람들 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좀 나아진 편이지요 .
크리스 마스 즈음에는 10월 말쯤 부터 거의 매일 하루에도 몇 팀씩
아이들이 몰려 다니며 캐롤 송을 부르며 집 앞에서 진을 칩니다.
처음에는 오는 아이들 마다 나가서 얼마씩 주어 보냈지만
저 집은 돈을 준다는 소문이 나면 하루 저녁에도 열 팀 이상이 옵니다.
자연스럽게 아무 기척없이 내다보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시내를 나가면 다리를 저는 사람, 어린 딸을 의지한 눈먼사람과
맨발에 아이를 옆구리에 걸친 아주머니, 앉은뱅이 할머니...
그냥 지나쳐 버릴 수없는 안타까운 모습에 지갑을 엽니다.
그런데 이곳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그들의 모습 또한 더 이상 나의 마음을 흔들지 못합니다.
언제인가 다음 날 먹을 거리가 떨어져 시내로 나가 먹거리를 사들고
집으로 가려는데 아이를 둘러 업은 맨발의 아주머니가 제게 오더니
배고프다고 자기의 배를 가리키며 방금 사 가지고 온 빵을 달라는 시늉을 하길래
외면을 했더니 한참을 따라 오다가 가버립니다.
지프니를 타고 돌아오는 동안 마음이 복잡해 집니다.
" 아니 동전 얼마 달라는 것도 아니고 하필이면 이걸 달라구?
내가 이것 때문에 지프니를 타고 이 더위에 나왔는데 그건 안되지 암~ 안되고 말고"
그런데 갑자기
아! 저 사람 예수님이 말씀하신 그 지극히 작은자 가 아닌가?
내가 그리 단호하게 물리친 그 사람이 바로 예수님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지프니를 내려 다시 반대 방향으로 갈아 타고
그 맨발의 아주머니를 찾습니다.
조금 전 그 자리에 가 보았는데 없습니다.
한참을 찾다가 못 찾겠다고 가려는데 먼 발치에 아이와 아주머니가 보입니다.
반가와 달려가 빵 봉지를 내어 밀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 보세요. 확 빼앗듯 잡아채더니 "진작 그럴 것이지" 하는 모양으로
싹 돌아서 가버립니다.
그래도 나는 다시 그 사람을 만나 참 다행이라 생각 했었고
내 마음은 다시 평정을 되 찾았습니다.
그 일 후로 나는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옳은지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그들을 볼 때 도와주고 싶다는생각을 하다가도
바쁜 걸음을 멈추어 서서 가방을 열고 지갑을 찾고 등등 ....
그들에게는 절실한 한끼인데 나는 단지 번거롭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핑계로 그냥 지나쳐 버린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요.
이일은 제 마음에 숙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던 지난 주일 오후
해변 마을 예배를 마치고 돌아와 나는 "나 주의 기쁨되기 원하네' 찬양을 계속 부르며
저녁을 준비하려는데
밖에서 "아요~ 아요~ "( 집 밖에서 사람을 부르는 말)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앞집에서 한참을 부르고 있기에 그 집에 일이 있나 보다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우리 집 방향으로 소리가 들려 문을 빼꼼히 열고 보니
허름한 아주머니가 무어라 계속 이야기를 합니다.
저 아줌마 뭐라고 하는 거야? 하며 무슨 소리인지 못알아 듣겠다며
문을 닫는 순간 두마디 알고 있는 단어가 머리를 스칩니다.
빨릿(사다) 부가스(쌀)
그제서야 쌀을 사야겠는데 돈이 없으니 도와 달라는것이거나 쌀 좀 달라는 소리임을 짐작 합니다.
(사실 그가 우리 집 문을 두드렸을 때 나는 이미 그가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문을 닫았고
그 사람에게는 "나는 외국인이라 무슨소리인지 못 알아 듣겠다"고 했으니 그만이다 라고
그 순간을 마무리 하려는데...
하나님께서 나의 소위를 어떻게 보실까?하는 생각이 막 밀려 옵니다.
배가 고프다는데...
나는 늘 한끼 식사로 연명하는 저 들이 불쌍하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 이 태도는 뭐지?
마음이 무거워 남편에게 "쌀 좀 줘서 보낼껄 그랬나봐"하니 지금도 밖에 있나 나가보랍니다.
골목 중간에 우리 집이 있으니 아직도 어느 집앞에서 문을 두드리겠지 싶어
쌀 봉지를 들고 골목을 돌아 다녔는데 보이질 않습니다.
꼭 만나야 될 것 같았습니다.
세상이 참 매정하다고 어린 자식을 붙들고 울고 있을 아주머니 모습이 보이는 듯 합니다.
겉으로는 인정이 많은 척 하지만 속은 차갑고 인정머리 없는 나의 모습에 한숨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주님의 기쁨이 되기 원한다고 온 종일 부른 나의 찬양이 거짓임이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선교 현장에서는 그들을 아파하고 불쌍히 여기더니 나의 실 생활 속에서는 달라진 나의 모습...
나는 쌀 봉지를 들고 속으로 외칩니다.
아주머니 어디 계시는 거예요?
제발 나 좀 만나 주시고
이 쌀 좀 가져가 주세요. 제발!!
후두둑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동네를 헤메였습니다.
나의 모습이 마치 그 아주머니가 문 밖에서 쌀을 달라고 구걸한 그것과 같아 보입니다.
어쩜 그냥 그럴수도 있지 하며 지나칠 수 있는 일 일지 모르지만
이 모습이 "나" 인가 하는 생각에 힘이 빠집니다.
모든 사람을 일일이 다 돌볼 수는 없더라도
당장 내 앞에 맞 부딪힌 사람에게 만이라도
손을 펴고 마음을 펴야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마음을 다해 회개를 하고 주님께 용서를 구했음에도
마음이 몹시 무겁습니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 내랴
임금이 대답하여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임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
(마태 복음 25장 40절)
긍휼을 행하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긍휼 없는 심판이 있으리라 긍휼은 심판을 이기고 자랑하느니라
(야고보서 2장 13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