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바쁘다고 미루어 두었던 양로원에 다녀왔습니다.
한국인들이 많이 살다보니 한국 분들의 편의를 위해 한 층을 한국인들을 주로 거주 시켜주시며
여러 명의 한국인 간호원이 돌보아 주고 있는 곳 입니다.
뉴욕에 있을 때 내 집처럼 다니던 곳이라 모두들 반갑게 맞아 줍니다.
그런데 그간 많은 분들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늘 엄마라고 부르며 사랑했던 어르신이 보이질 않고
같이 봉사를 했던 나의 둘째 아들을 자기 남자 친구라고 하시며 자신의 나이는 17살 이라시던 분
이미자씨의 동백 아가씨 노래를 잘 부르시던 예쁜 할머니도 보이질 않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하시며 늘 내 손을 놓지 않으셨던 분도...
작년에 다 뵈었던 분들 이었는데 다들 떠나셨네요.
매사에 늘 긍정정이시고 밝고 푸근하시고 반듯하신 올해 96세 되신 'ㅇ' 할머니
이 분을 처음 뵈었을 때 88세 셨는데 지금껏 연세에 비해 몸도 마음도 참 건강하신 분이시지요.
반장 할머니라고 별명을 붙여 드렸던 그 할머니 웬일이신지 시무룩 하십니다.
옆에 앉아 왜 이리 마르셨냐 걱정을 하니
얼마 전 둘째 아드님께서 병으로 돌아가셨답니다.
아들을 앞서 보냈다고 마음 아파하시며 식사도 잘 못하십니다.
그 연세가 되셔도 어머니는 어머니 입니다.
저까지 마음이 뭉클 했답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도대체 어디까지 일까요.
사실 이제와서 고백인데요.
저 그동안 양로원에 봉사하러 다닌것 아니랍니다.
사랑받으러 다녔어요.
이분들이 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제가 그분들께 해드린 일은
그저 이야기 들어주고 같이 노래 불러주고 탤레비젼 같이 보고
가끔 드시고 싶은 것 만들어다 드린 것 뿐인데요.
그 분들은 제게 마음을 주셔요.
'ㄱ' 할머니는 독실한 불교 신자셨어요.
새 하얀 머리에 정갈하시고 항상 염주를 돌리시며 불경을 외시던 조용한 분이셨지요.
늘 제 손을 쓰다듬으시며 "난 선생님이 참 좋아" 하시며
늘 무언가를 주시고 싶어하십니다.
어느날은 저를 데리고 할머니 방에 들어가시고는 밖에서 보이지 않게 커텐을 치시고
주섬 주섬 무얼 꺼내십니다.
며칠 전 딸이 사다놓은 빵, 방울 토마토, 포도를 잘 보관 해 두었다가 제게 먹이시려는 것 입니다.
양로원 규정에 어긋나기에 사양을 했지만 막무가내 이십니다.
점심을 든든히 먹고 간 저는 할 수없이 주신 것들을 받아 먹어야 했답니다.
빵 한개를 겨우 먹고나니 한개를 더 꺼내십니다.
배가 불러서 도저히 못 먹겠는데 사랑의 눈빛으로 강권하시니 거절할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다 빵만 먹으니 잘 안넘어갈거라고 함께 먹으라고 짬뽕 국물 남겨두신 것을 건냅니다.
얼마나 짜던지요. 그래도 최대한 맛있는 표정으로 먹습니다.
그것은 제겐 음식이 아니고 할머니의 따듯한 사랑의 마음이거든요.
그리고는 제 등을 쓰다듬어 주십니다. 엉덩이도 토닥이십니다.
머리도 만져 줍니다.
이 나이에 저는 할머니 앞에 어린 딸이 되어 드립니다.
"할머니께서 이렇게 저를 이뻐하시는데 저도 제일 좋은것 드리고 싶어요
할머니 예수 믿으셔요 예수 믿으시면 천국에 가요" 하면
"미안 나는 너무 늙었어. 나도 그러고 싶은데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것이 안돼"
제가 실망한 표정을 지으면 무언가 생각 해 내신듯 "내 딸이 예수 믿어. 권사야"하십니다.
그렇게라도 안타까와하는 제 마음을 위로하시고 싶으셨나봅니다
그렇게 몇년을 할머니의 구원을 위해 기도 해 왔었는데
그 분도 홀연히 떠나셨습니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던지요.
96세의 반장 할머니 제 손을 가슴에 품으시며 말씀 하십니다.
"또 올꺼지? 또 올꺼지?"
정정하시던 할머니 마음이 많이 약해지셨습니다.
"그러믄요 그러믄요.뭐 잡숫고 싶으세요? 제가 다음에 가져 올께요" 하면
"늙은이가 뭐 먹고싶은 것이 있나 그냥 오기만 해 그냥 와 얼굴이나 보고 애기나하면 되지"하십니다.
몸이 병들고 거동이 불편해지신 그 분들께 가장 필요한 것은
좋은 시설과 약품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사랑의 마음으로 함께 있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 해 봅니다.
.
.
.
.
오늘 따라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많이 그립습니다.
너는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명한 대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가 생명이 길고 복을 누리리라
(신명기 5장 16절)